지난달 22일 오전 11시 대구광역시 북구 검단동의 ㈜성안 직물공장.

100여대의 직물 기계가 '윙~' 하는 요란한 모터음과 함께 '착착착' 소리를 내며 흰색 원단을 짜고 있었다. 기계들 사이로 10여명의 직원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작업 도중 끊어진 실을 이어주고 있었다. 박용직 이사는 "새로 도입한 40대를 합쳐 모두 126대의 직기를 24시간 가동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수출 주문을 맞출 수가 없어 일부는 외주 기업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한쪽에서는 지게차가 대형 두루마리 원단을 수출용 컨테이너 트럭에 싣고 있었다. 이 공장의 주력 제품은 중동지역 남성용 전통 정장 '토브'의 원단으로 쓰이는 '아라비안 로브 직물'로, 중동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상태 사장은 "중동지역 남성 둘 중 한 사람은 우리가 생산한 천으로 만든 토브를 입는다"면서 "일본 제품은 가격이 비싸고 중국은 아직 기술이 부족한 상태여서 우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안의 올 상반기 수출은 작년 동기(2995만달러)보다 30% 증가한 3887만달러를 기록했다.

대구시 북구 검단동의 ㈜성안 직물공장 직원들이 직물기 옆에 둥글게 감긴 원사(原絲) 사이에서 웃고 있다. 이 회사는 중동지역 수출이 크게 늘어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다. /대구=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

승용차로 30분쯤 떨어진 신풍섬유 공장에선 등산복 등에 사용되는 기능성 원단 생산이 한창이었다. 윤상배 사장은 "기존 원단에 비해 값이 비싸지만 노스페이스·라푸마 등 아웃도어 업체로부터 주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산업이 약 10년간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 대구·경북 경제의 성장동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대구·경북의 섬유 수출액은 올 상반기 16억435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억9270만달러)보다 18% 증가했다. 섬유와 함께 철강·기계·자동차 부품의 수출도 늘어나면서 대구·경북의 올 상반기 전체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3.2% 증가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국맹수 팀장은 "수출에 힘입어 대구·경북지역 69개 산업단지의 고용인원이 올 1분기에 사상 최대치(20만5685명)에 이르는 등 제조업의 호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 원단'으로 섬유산업 부활

1990년대 초반까지 섬유는 대구 경제를 떠받치던 주력 산업이었다. 업체들은 폴리에스테르 등 범용성 섬유를 대량으로 생산해 수출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밀려 수출이 뚝 끊겼다. 상당수 업체가 공장문을 닫거나 사업을 축소했다. 살아남은 업체들은 자체 연구소를 설립해 수익성이 큰 기능성 직물 개발에 나섰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조대현 본부장은 "대구 섬유업체들은 요즘 섭씨 3000도가 넘는 열에 견딜 수 있는 탄소섬유와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 이하인 나노 제품 같은 '스마트 섬유'를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경량 섬유를 개발한 에스티원창의 이종우 연구개발 센터장은 "첨단 섬유 개발은 수익성을 높이고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차이도 벌리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 경기는 여전히 흐림

주력 산업인 철강·기계도 대표 기업을 중심으로 올 들어 생산이 증가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19조1400억원을 기록, 작년(14조8800억원)보다 28.6% 증가했다. 자동차·기계·조선 등 철강 제품을 많이 쓰는 산업이 호황이고, 말레이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개도국의 철근·철판 수입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자동차 도어부품을 생산하는 평화정공은 주력 공급업체인 현대·기아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BMW·GM·포드 등 해외 업체의 주문도 증가하면서 지난해 2738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구미에 휴대폰 공장을 둔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인 스마트폰 열풍에다 세계 1위 노키아의 부진까지 겹쳐 사상 처음으로 올해 '3억대 판매'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경제에 밝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건설경기 침체는 지역 경제의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5월 말 현재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주택은 각각 9916가구와 5984가구로 16개 시·도 중 2위와 4위로 높은 편이다. 대구상공회의소 임경호 조사부장은 "건설경기의 장기 침체는 일용직 일자리를 줄여 서민 생활을 팍팍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 대구광역시 북구 검단동의 ㈜성안 직물공장. 100여대의 직물 기계가 ‘윙~’ 하는 요란한 모터음과 함께 ‘착착착’ 소리를 내며 흰색 원단을 짜고 있었다. 기계들 사이로 10여명의 직원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작업 도중 끊어진 실을 이어주고 있었다. /남강호 기자 kangho@chosun.com